그것이 알고싶다 1443회 리뷰 갇혔거나 가뒀거나 캥거루족과 은둔형 외톨이의 경계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1443회는 그동안 우리가 회피하거나 외면해왔던, 그러나 바로 곁에 존재하는 사회 문제를 깊이 있게 다뤘다. 갇혔거나, 가뒀거나 – 어느 캥거루족 이야기라는 제목처럼 이번 방송은 단순한 가족 간 갈등을 넘어, 현대 사회가 만든 고립과 심리적 붕괴를 짚는 시간이었다. 방송이 끝난 후에도 마음 한구석이 먹먹하게 남았다. 이번 회차는 단연코 최근 가장 무겁고도 현실적인 에피소드였다.
쉬었음 청년, 그리고 가족에게 향한 분노
주인공 이윤철 씨는 어느 날, 자신을 향한 살인 예고 글을 접하며 경찰의 보호를 받을 정도로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놀랍게도 범인은 다름 아닌 자신의 친동생 이찬영.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별다른 직업 없이 집에 머물며, 형의 지원을 받으며 살아왔던 캥거루족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사건을 보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형을 죽이고 감옥에 가면 편하겠다는 그의 진술이었다. 너무나도 왜곡된 현실 인식, 그러나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는 정신적 고통이 스며 있는 문장이었다. 그는 감정의 출구를 잃은 채, 분노를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쏟아버린 것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예전에 읽었던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에 대한 일본의 보고서가 떠올랐다. 그들은 고립된 채 수년간 방 안에서 나오지 않고, 때로는 가족에게조차 위협이 되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결코 예외가 아니다.
가정이 더 이상 회복의 공간이 되지 못하는 현실
이번 방송이 뼈아프게 보여준 현실 중 하나는, 가정이 더 이상 문제 해결의 안전망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윤철 씨의 어머니는 작은아들을 감싸왔지만, 동시에 큰아들을 위해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했던 적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가 고통을 안고 있으나, 그 고통이 서로를 구원하지는 못한 채 상처만 남기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가족 간 소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방송에 등장한 또 다른 제보자는 “동생이 혼자 두면 죽을까 봐 무섭다. 동시에 보복이 두렵다”는 이중적인 감정을 토로했다. 이런 감정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이 상황이 단순한 가족 내 갈등으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은둔형 외톨이와 심리적 고립의 연결 고리
방송에 등장한 전문가는 우리 사회 속 쉬었음 청년들이 몇 번의 실패와 좌절만으로도 히키코모리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들은 가족 내에서도 숨겨지고, 사회에서도 잊혀진 채 존재감조차 부정당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한국 사회의 경쟁 중심 구조가 만들어낸 패자 생존 불가의 분위기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다시금 실감했다.
그들은 단순히 게으르다, 무책임하다는 말로 낙인찍기엔 너무 복잡한 사회적, 심리적 구조 속에 갇혀 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은둔한 사람들이 아니라, 사회와 가정이 동시에 놓쳐버린 사람들이다.
선순환 구조의 시작은 공감에서
그알 제작진은 끝으로 이런 말로 방송을 마무리한다. “고립된 이들이 회복된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연결되어야 한다.” 고립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유일한 희망의 손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메시지가 특히 와 닿았던 이유는, 우리 사회는 여전히 정상이라는 기준을 강요하고 있고, 그 틀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고장 난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방송은 비정상처럼 보이는 이들의 삶에도 이유와 맥락이 있으며, 그 안에서 다시 살아갈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해준다.
나의 생각,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방송을 보는 내내 혹시 우리 주변에도 이찬영 씨 같은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너무 쉽게 캥거루족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단정 짓고, 방 안에 머무는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 말하지 못한 절망이 있다. 그 말 못한 절망에 귀 기울여주는 단 한 사람이 필요하다. 그게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고, 사회복지사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사회는 너무나 빠르고 경쟁 중심이라, 잠시 멈춰 선 이들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인생 전체를 두고 봤을 때, 멈춤도 분명한 이동의 한 형태다. 이 방송은 그런 멈춤의 시간을 새로운 시작으로 바꾸기 위한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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