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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정보

47년을 견딘 외침, 동일방직 여공들의 진짜 사직서 꼬꼬무 173회 리뷰

by 해피냥냥이 2025.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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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을 견딘 외침, 동일방직 여공들의 진짜 사직서 꼬꼬무 173회 리뷰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173회에서 재조명된 1978년 동일방직 똥물 사건은 여공들의 인간 존엄성과 노동자의 권리를 향한 47년간의 투쟁을 다시금 세상에 알렸다.

 

“그날, 나는 텔레비전을 보며 너무도 오래된, 그러나 여전히 끝나지 않은 싸움을 다시 보게 됐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 173회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었다. 1978년, 동일방직 똥물 사건이라는 치욕적인 이름 아래 숨겨졌던 여성 노동자들의 울분과 저항,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투쟁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분명한 질문을 던진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사건을 처음 뉴스 보도로 접했을 때 단지 "공장에서 인분을 뒤집어쓴 사건" 정도로 기억했다. 하지만 이번 방송은 그 표면을 벗기고, 그 안에 담긴 노동착취, 여성에 대한 폭력, 그리고 민주화의 진짜 얼굴을 들여다보게 했다. 그들의 투쟁은 단순한 노조 분쟁이 아니었다. 그것은 평범한 여성들이 스스로 인간으로 인정받고자 한 절규였다.

 

 

 

“꿈의 직장”이라는 말이 씁쓸했던 이유

 

방송은 1966년 한 총각이 꿈의 직장이라던 방직공장에 입사하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꿈은 입구에서 무너졌다. 여공 한 명당 25대가 넘는 기계를 관리해야 했고, 하루 8시간 동안 쉴 틈 없이 움직여야 했다. 스펀지로 땀을 닦고, 무좀약을 바르며 견뎌야 했던 그 혹독한 노동의 시간은 생산성이라는 단어로 포장되었을 뿐이었다.

 

여공들은 일하다가 쓰러져도 교체 없이 그대로 일해야 했고, 퇴근 시에는 솜을 훔쳤다는 이유로 온몸을 수색당했다. 내가 대학 시절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너무 빨리 쉬면 안 돼"라며 감시하던 관리자가 생각났다. 그때 나는 노동이라는 말이 얼마나 무겁고 잔혹할 수 있는지를 처음 깨달았다.

 

 

 

여성의 외침, 그러나 아무도 듣지 않았다

 

공장의 노조는 여공들의 편이 아니었다. 모두 남성 관리직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여공들의 불만은 보고 대상일 뿐이었다. 전태일 열사의 죽음 이후, 여공들은 노조를 직접 구성해 시정을 요구했고 여성 대표를 세웠다. 그러나 회사는 이들을 통제 대상으로 여겼고, 남성 노동자들을 반대파로 조직하여 여공들을 더욱 고립시켰다.

 

그리고 1978년 2월, 똥물 사건이 벌어졌다. 노조 대의원 선거 당일, 반대파가 인분을 퍼부었고 경찰은 묵묵히 그 장면을 지켜봤다. 이 방송을 보며, 당시 여공이 “사진으로라도 이 치욕을 남기고 싶다”며 사진사에게 찾아간 장면에서 눈물이 났다. 그 한 장의 사진이 진실을 말해주는 유일한 증거였다.

 

 

 

단식, 해고, 그리고 블랙리스트

 

사건 이후 여공 124명은 명동성당에서 단식 농성을 벌였다. 하지만 회사는 약속을 어기고 그들을 해고했으며, 전국 공장에 블랙리스트를 돌렸다. 다른 공장에서도 면접을 거절당한 이들은 다시 모여 복직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또다시 경찰의 폭력이었다.

 

내가 인턴 시절 다녔던 회사에서도 부당한 지시를 거절하자, 계약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 돌아왔다. 그때의 불안감이 이번 방송과 겹쳐졌다. 이해하자고, 넘기자고, 그렇게 매번 나 자신을 설득했지만 결국 내가 잃은 건 자존심이었다.

 

 

 

 

국가는 왜 침묵했는가

 

놀랍게도, 이 사건은 오랜 시간 민주화운동으로조차 인정받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국가가 아닌 회사에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2001년, 한 전직 중정요원이 나타나 내부 정보를 폭로하며 국가도 여공들의 싸움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게 된다.

 

방송은 47년 만에 이들이 사직서를 스스로 쓰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이들은 복직 후 퇴사함으로써 해고된 노동자가 아닌 사직한 인간으로 마침표를 찍고 싶었다. 그 장면을 보며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사직서 한 장에 담긴 자존의 무게가 너무나도 무거웠다.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방송 이후, 나는 친구들과 이 이야기를 나눴다. 다들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며 놀라워했고, “그 여공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나는 이 이야기를 단지 과거로 넘기고 싶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또 다른 여공들이 무언의 복종을 강요받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꼬꼬무는 단순한 재연 프로그램이 아니다. 우리가 잊고 있던, 혹은 외면했던 현실을 다시 보게 해주는 창이다. 그리고 동일방직 똥물 사건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이면에서 묵묵히 싸워온 여성 노동자들의 이름을 다시 불러줘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그날, 그들은 비명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사진을 기억해야 한다.

 

역사는 잊는 자에게 반복된다. 그리고 기억하는 우리는 변화의 씨앗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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